Litter maker

<Garbologist>에서 누군가가 버린 쓰레기 봉지를 파헤쳤다면,
<Litter Maker>에서는 쓰레기를 버린 누군가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작품이다.
작가는 누군가가 게워낸 여물들을 반추하면서, 마치 소중한 물건을 다루듯 하나하나 음미하며 기록한다. 타인을 알고 싶다는 애정 어린 손짓으로도, 남의 사생활을 관음하는 비사회적인 행동으로도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스크린을 더듬는 누군가의 손놀림과 무엇이 크게 다를까.
정직한 쓰레기는 야속하게도 말하지 않는다.
그래도 최대한, 남겨진 타인의 체취를 더듬거리며 찌꺼기의 주인공을 가늠해본다.
그러나 쓰레기의 주인공은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쓰레기를 차곡차곡 눌러담는 사람.
그중 어떤 것은 운명을 유예시킬 의미가 있을까, 한 번 더 들여다보기도 한다.
 달콤하게 입안을 적셨던 것들은 나의 신체와 분리되어 세상에 내뱉어진 순간 역겨운 토사물이 되고, 버린다는 행위는 그것들을 다시 바라보는 것이기에 고독하다.
 나는 나를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고백의 가능성 
                                                           신 헤아림

(누군가에게 들키고 싶은 은밀한 비밀에 대하여 고백함)
너에게 하는 고백은 항상
…으로 이어지는 가능성에서 위험해진다
면도칼을 쥔 시체의 알리바이는…
다음 줄에 쓰여질 예언의 오류는…
오전 열두 시의 방문 틈 사이엔…
나는…

일기장을 펼치면
찢어진 반쪽짜리 결말이 쏟아졌다

누군가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손가락은 거짓이라 적는다
언젠가 나는 빈 공터를 혼자 유령처럼 산책한 적이 있다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던 것 같은데
너는 알고 있는 듯했다
하마터면 모르는 너에게 다가가
반갑게 손을 흔들 뻔했다

나는 나를 위장하기 위해 지문을 벗겨낸다
고백은 지문의 결을 따라 흐르고
눅눅한 먼지처럼
방바닥을 떠돌다가
욕조 안에 뿌옇게 퍼졌다

나는 이제 방아쇠를 당기는 기분으로 가벼워진다

수천 번 교배해도 섞이지 않는
길고양이의 우울한 털색처럼
매번 나의 비밀은
웃고 있는 입에서
악수하는 손끝에서
빨지 않은 속옷에서
집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아무도 모르게 쓰여진다

나의 은밀한 비밀을 더듬어 보는 새벽
고백의 언저리 끝에서
너에게 들키지 않게
창밖으로 손을 슬쩍 뻗어 보는 것이다

결말을 쓰고 지웠던 일기장을…

하나씩 뚝뚝 잘라 쥐에게 먹여주던 나의 손톱을…

나는…

우리가 비슷한 종류의 비밀을 나눌 가능성에 위험해지고
주인 없는 비밀들은 너무 일찍 밝혀졌다
Litter maker, 2020, Single channel video, 9min40s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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