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진 곳엔 볕이 들지 않아서, 2022, mixed media, Variable size 
  세상이 빙빙 어지럽게 돌고, 이마에선 땀방울이 끝없이 흐른다.
처음으로 조퇴 한 날이다.
교복 소매로 땀을 쓱 닦고 잠시 서서 거리를 바라봤다.
친구놈들과 자주 앉아있던 벤치에 공사장 인부 아저씨들이 한가하게 누워서 쉬고 있다.
‘이 시간대에는 이런 모습이구나’
익숙한 길인데도 처음 보는 곳처럼 낯설게 느껴졌다.
다시 머리가 심장처럼 두근거려 발걸음을 서둘렀다.
처음으로 조퇴를 해서일까? 혼자 이 거리를 걷는 스스로가 조금은 특별하게 느껴졌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가방을 내려놓고 땀에 젖은 옷을 모두 벗어던졌다. 
그리고 내 것보다 더 푹신한 부모님 침대에 뜨겁게 달궈진 몸을 얹어놓았다.
이불과 베개가 내 젖은 머리에서 흘러내린 땀방울에 축축하게 젖어갔고,
 ‘어지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다.’ 라는 생각이 들 때 쯤 잠이 들었다.
…….!
한 시간이나 잤을까? 천장에서 떨어지듯 움찔거리며 잠에서 깼다.
너무 아파서인지, 불편한 꿈 때문인지 눈물 한 방울이 반대쪽 눈을 타고 흘러 내렸다.
따르릉... 따르릉…
- 어
-...
-……왜 전화했어?
-...
정적으로 대답한 듯 했지만 다시 한 번 물었다.
- 왜? 나 누워있어
- 지금 옷 챙겨입고 준비해라.
이유를 묻기도 전에 급한 듯 빠르게 전화를 끊으셨다.
뜨겁게 달궈진 쇠를 삼킨 채 목구멍에서 겨우 겨우 식혀서 만든 목소리 같았다.
눈물이 지나간 길을 닦지도 않은 채 두 눈을 스쳐간 눈물의 의미를 생각한다.

 이 작품은 '우리가 죽은 자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된다. 
학창 시절, 할아버지의 죽음을 경험하면서 신체적 변화를 느끼게 됐다.
이를 통해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에 연결 짓는 무언가를 경험하게 된다.
몇 년 후, 
할아버지의 무덤을 이장하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그 형용할 수 없는 연결을 체감했다.
애도하는 과정과 그것의 산물을 통해 우리가 죽은 자를 놓지 못하여 작위적으로 연결하려는 건 아닐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 작품은 내가 직면한 죽음에서 파생된 모든 관계를 탐구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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