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rbologist

쓰레기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인간의 생활이 고스란히 담긴 쓰레기야말로 숨기고 싶은 모습까지 전부 드러내고 있다.

쓰레기를 직접 뒤지 지는 않지만 비슷한 일이 자주 있다.
어쩌면 쓰레기를 뒤지는 행위가 반인간적인 모습으로 비칠 수 있으나,
이미 일상화가 되어버려 수많은 정보 쓰레기를 뒤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타인을 알기 위해서 직접 대화하는 것이 아닌 구글링이나 SNS에 남겨진 그 사람의 모습을 통해서 그 사람을 파악한다.

쓰레기는 굉장히 단편적이다. 이미 사용되어 버려진 과거의 물건을 바탕으로 그 집의 취향을 파악한다. 쓰레기로 남은 과거의 흔적은 분명 그 사람이 만든 게 맞지만, 그 본질은 다 사라진 채로 그저 남겨진 쓰레기만 볼 수 있는 것인데, 과연 이걸 통해서 진실을 알 수 있을까?
쓰레기는 쉽게 찾을 수 있기에, 겉으로만 보이고 있는 단편으로 속단하게 되는 세상이 두려움을 주기도 한다.
쓰레기는 분명 거짓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쓰레기가 되기 이전의 본질을 가졌던 물체의 모습을 알기 위해 좀 더 직접 소통이 필요하다.
잠긴 얼굴   
신 헤아림                           


가지런히 잠긴 얼굴을 일으켜 집으로 데리고 온다.
굳은 눈과 입술은 경계가 불분명하다.
누가 그 눈으로 어둠이 스민 빈 창문을 짚어낼 수 있을까?

누가 그 입으로 .사라진 말을 다시 발음할 수 있을까?

맞닿은 모든 경계가 안에서 잠겨있다.

닫힌 공간은 닫힌 태도만으로도 비밀을 만들어 낸다.

사인(死因)을 모르는 장례식처럼.
나는 잠긴 얼굴에 얇은 틈을 내고 안을 들여다본다.
 
 당신이 버린 비밀을 뒤적거리며 당신에 대해 생각해. 
당신의 필체, 당신의 말버릇, 당신의 취향, 당신의 슬픔, 당신의 얼굴, 당신의 목소리,
당신이 모르는 당신까지도.
 
 틈 사이로 드넓은 목초지가 보인다.
 바람이 불고 나는 땀이 조금 식는다.
 동시에 어떤 기분이 들었는데 그 기분을 설명할 순 없지만 눈물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비밀은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으며 증식한다.
 비밀은 비밀을 빌려 당신을 착각하게 한다.
 나는 당신을 만나도 당신을 못 알아 볼 것이다.
 
 당신이 버린 당신의 얼굴 속에 사는 나.
 당신이 버린 얼굴의 주인이다.
 당신은 담배를 피우며 푸른 목초지의 기원을, 잠긴 얼굴 위에 쪼그려 앉아있는 바람을 떠올리는 사람.
 당신만 모르는 당신의 사실이 하나 더 늘었다.

 비밀은 버리는 게 아니라 숨기는 것이다. 라고 쓴다.

 눈동자를 가르는 목동의 손이 분주하다. 목동은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진짜 자신의 얼굴이라 믿는데,

 정작 본인은 얼굴을 느낄 수 없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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