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여 눈 맞추기

의문의 종소리와 함께 전시장에 울려퍼지는 마찰음은 내부 벽면과 정덕용의 조형물 일부가 부딪히는 소리다. 
다소 폭력적인 이 작품의 제목은 의외로 <고개숙여 눈맞추기>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작품은 인간을 포함해 동물의 싸움방식 중 하나인 박치기에 영감을 받은 것이긴 하나, 
실제 작가의 의도대로라면 이 조형물은 누군가와 눈을 맞추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인간중심적 시각을 기제로 비인간의 범주에 속하는 개체를 향한 무분별한 연민 혹은 동정에 관한 자기성찰을 담고 있다. 
작품은 관객에게 어떠한 물리적 타격도 입히지 않지만 조형물의 반복되는 모션은 기괴한 형상, 벽과의 충돌음, 종의 울림소리, 바닥의 떨림 등 여러 감각들을 자극한다.

고개 숙여 눈 맞추기, 2022, Mixed media, 43x55x13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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